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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제목 |
◐ 꽃피우는 마음 ◑ |
| 작성자 |
minek88 |
작성일 |
2015-01-18 |
조회수 |
1527 |
종교학자인 정진홍 선생님은 청계천이 피난민들의 거주지였던 때의
한 일화를 들려줍니다. 어느 날 그는 옷을 수선하기 위해 얇은
널빤지를 얼기설기 엮어 바닥을 만들고 두꺼운 종이상자로 벽을
세우고 그 한 부분을 잘라 창을 만든 허름한 집에 들어섰습니다.
엉성한 마룻바닥 밑으로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.
그런데 그의 눈에 띈 것은 창턱에 놓인 녹슨 깡통이었습니다.
깡통에는 채송화가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.
그는 그 때의 감동을 이렇게 전해줍니다.
"저는 그 아주머니께서 길거리에서 깡통을 주워 거기 구멍들을 뚫고
흙을 담고, 어디서 얻으신 것인지 채송화 씨를 뿌리고, 그것을 정성스레
양지 볕에 놓고 물을 주고 키워 마침내 노란 꽃이 피었을 때,
그때 당신이 그 꽃에 담았을 온갖 삶의 애환과 그 꽃에서 피어났을
당신 삶의 추억과 꿈을 어떻게 숨 쉬셨을까 하는 것을 짐작하는
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."
<정진홍,《정직한 인식과 열린 상상력》p.412-413>
그 아주머니는 궁핍한 시대를 멋지게 살아낸 시인이 아니었을까요?
정진홍 박사는 그 때부터 그 꽃과 아주머니는 아름다움과 진실함과
착함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당신 안에 머물고 있다고 고백합니다.
중국 심천의 교민들은 애국가를 못 불러서 ‘아리랑’과 ‘나의 살던 고향’을
자주 부른다고 합니다. 채송화를 꽃피운 아주머니에게 고물 녹음기라도
있었다면 거기서 ‘나의 살던 고향’이라는 음악이 흘러나왔을 겁니다.
이 노래는 아동작가 이원수씨가 12살 때 작사한 것이랍니다.
힘들게 살아도 음악과 꽃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세상을 이긴 사람입니다.
속 좁은 사람이 돈이 많다고 하는 것은 부러워할 일이 아닙니다.
아주머니 같은 사람이 세상을 이긴 삶을 산 것은 아닐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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